▲ 지난 5일 강릉시장과 시민단체장들이 강릉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릉KTX 출발역을 청량리 역으로 하라고 국토부에 요구하고 있다.ⓒ 김남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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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4일 국토교통부가 강릉행 KTX 출발역을 상봉역으로 변경하려 한다는 소식이 한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종착역인 강릉시에서는 시장까지 나서 국토부를 성토했지만, 6일 강릉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로부터 '출발역은 변함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출발지 역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일어서는 안된다"고 선을 긋고 진화에 나섰다.
강릉시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로 강릉행KTX의 출발역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은 모양새지만 일각에서는 강릉시가 당초부터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강릉시가 받았다는 확답은 국토부가 이미 이틀전인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강릉시는 국토부의 "출발역 변경은 없다"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최 시장은 다음날인 5일 강릉지역 일부 시민사회 단체장들을 불러 국토부를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을 포함한 참석자들에게 점심 식사까지 제공한 것.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4일 중앙일보가 ”4조원 들인 서울~강릉 KTX, 상봉역에서 모두 출발 두고 논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5일 최명희 강릉시장은 강릉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서울~강릉 KTX의 출발역을 상봉역으로 검토하는 방안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히고 “상봉역 출발 계획을 취소하고 당초 계획대로 청량리역을 출발역으로 하라“고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
강릉시의회(의장 조영돈) 역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감을 표시하고 ”강릉행 KTX 상봉역 출발 반대 건의문“을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핵심 내용은 내년 초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특별수송 기간임을 감안해 인천공항과 청량리역, 상봉역 등에서 강릉행 KTX를 출발시키지만 이후에는 상봉역에서만 출발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고 이를 위해 국토부는 현재 전철만 설 수 있는 상봉역에 고속열차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설계를 의뢰했고 곧 착공할 예정이라는 것.
즉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는 출발역을 인천공항, 청량리, 상봉역 3곳으로 운영하지만, 이후에는 상봉역 한 곳으로 모아 출발역 자체를 단일화 시킨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중앙일보의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닌 명백한 오보“라고 반박에 나섰다.
국토부는 관계자는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모든 출발역을 상봉역으로 단일화 하는 것이 아니라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원활한 운행을 위해 절반 수준으로 감축했던 기존 전동차 노선 재개를 위해 청량리역 출발 중 일부를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검토 단계에 있을 뿐 강릉행 KTX 주 출발역은 청량리역임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중 이용될 인천국제공항에서 강릉역까지 철도 노선도 ⓒ 시사줌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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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에 따르면 당초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에 인천공항 출발 16회, 청량리 출발 35회로 1일 총 51회 운행을 계획 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청량리역을 이용하는 기존 경의중앙선(용산~청량리~망우~용문 구간) 전동차 운행을 88회->54회로 절반 가까이 감축해 혼잡율이 171%에서239%로 증가하는 문제가 있어 지난 6월 감사원으로부터 ‘개선 대책 마련’ 권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35회 중 일부 열차를 상봉역 출발로 조정한 것은 전동차 감축운행이 최소화되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고, 상봉역은 7호선과 경춘선의 환승역으로 강남․잠실권 등의 접근성이 개선되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밝힌 조정안은 인천공항에서 강릉으로 출발하는 16회(서울 정차 8회)는 그대로 유지되고, 청량리 35회를 20회로 줄이고 상봉역에서 15회를 나누어 출발 시킨다는 것으로 전체 운행 횟수는 51회로 변함이 없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한 강릉시의 태도가 잘 이해가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상봉역 활용은 강릉시의 입장을 고려한 계획이고 4일 기사가 나간 직후 낸 해명자료만 읽어봐도 충분히 알수 있는 상황인데 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동계 올림픽 수송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16회, 청량리에서 35회로 하루 총 51회 강릉으로 출발하는 노선을 계획 했지만, 이는 동계올림픽이라는 특수 상황을 위해 청량리의 기존 노선을 50%나 대폭 축소한 단기 대책이라는 것이다" 고 설명했다.
이어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청량리 출발 35회는 기존 노선을 고려해 출발 횟수를 줄일 수 밖에 없는데, 국토부는 줄이지 않고 상봉역을 활용 분산 시킴으로써 오히려 전체 출발 횟수를 그대로 유지 시켜 준다는 아니냐"고 반문했다.
강릉시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원주~강릉복선전철 사업과 관련하여 KTX 운행 계획에 대해 문의한 결과 동계올림픽 이후 강릉행KTX 철도운영은 청량리역을 주된 출발역으로 운행할 계획이며, 최근 논란이 된 동계올림픽 이후 모든 열차가 상봉역에서 출발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어 ”강릉시는 이를 계속 지켜 볼 계획이며, 더 이상 출발역(청량리역) 문제로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언론의 보도로 비롯된 강릉행 KTX 종착역 논란은 지역 내 여론을 벌집 쑤셔놓은 듯 했지만 결국 오보와 강릉시의 과도한 반응이 만든 해프닝이 된 셈이다.
이 해프닝 과정에서 강릉시의 대응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국토부는 6일 강릉시의 공식 질의에 대한 회신에 4일 발표한 해명자료를 그대로 보냈다. 내용은 똑같지만 어찌된 일인지 강릉시 입장만 '강경대응'에서 '유보적인 태도'로 180도 바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