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가 2018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숙박업소들의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 여러 가지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나섰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일부 지역 숙박업소들은 가격 담합을 위해 ‘예약거부’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돼, 사실상 숙박요금에 대한 인위적인 통제는 더 이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서철 바가지 요금도 못잡는 데... 불가능한 일 행사만 요란하게 한 셈 강릉시의 강력 단속 예고에 업소들 불만 커져
강릉시는 지난 24일 "평창올림픽 특수를 노린 일부 강릉 지역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에 대한 특별 단속 TF팀을 구성해 12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며 강력 단속을 예고하고 나섰다.
강릉시는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민간 업소의 요금을 강제 할 마땅히 방법이 없는 점을 고려, 계도에 응하지 않는 바가지 업소에 대해서는 건축법, 주차장법, 공중위생법, 소방 시설법 위반 등에 대한 집중 점검을 통해 행정적인 조치까지 할 것임을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이는 강릉시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바가지요금이 횡행할 경우 올림픽 개최지의 이미지가 훼손될 뿐 아니라 관광객들이 인접한 동해, 삼척, 속초 등 도시로 가거나 아예 경기만 보고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숙박업소들의 공실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는 오는 12월 개통 예정인 청량리~강릉 간 경강선 KTX를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는 오전 1시까지 운영해 ‘숙박 부담 없이 올림픽 관람’이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이렇게 될 경우 관광객들이 서울이나 KTX 중간 정착지인 원주에 숙박을 하며 경기 관람도 가능하다.
강릉시가 지금까지 올림픽 기간 중 바가지 요금 단속을 위해 취한 조치는 이 뿐 아니다.
강릉시는 앞선 지난 10월 9일에는 강릉시 관내 숙박시설 공실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공실정보 안내시스템’을 개설해 숙박요금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요금 공개를 통해 바가지 요금에 대한 통제를 해 보겠다는 의미다.
또 지난 10월 11일에는 최명희 강릉시장과 대한숙박업중앙회 강릉시지부장, 강릉시민박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강릉시 숙박시설 공실정보 안내시스템’ 효율적 운영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17일에도 강릉고속·시외버스터미널에서 모텔, 민박, 펜션 업주 등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자정 결의 대회를 열고 관광객이 정상적인 예약을 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다짐대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강릉시의 이런 여러 가지 대책들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공염불이 되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릉시가 현실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것을 잘 알면서 언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요란한 구호만 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비판의 중심에는 그동안 바가지요금 근절 대책으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강릉시 숙박시설 공실정보 안내시스템(이하 공실정보시스템)’이 있다.
당시 이 ‘공실정보시스템’에 참여한 숙박업소는 강릉시 전체 숙박업소 1022개 중 절반에 해당하는 575개이며 나머지 절반은 참여를 거부했다. 그동안 강릉시는 시스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숙박관련 단체와 ‘협약식’, ‘다짐대회’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노력해 왔지만 숙박업소들을 설득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렇듯 공(?)을 들인 ‘강릉시 숙박시설 정보공개 시스템’은 운영 한 달여 만에 그 한계를 보이며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공실정보시스템’에 참여했던 숙박업소들의 탈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다, 각 업소가 스스로 입력해야 할 정보 역시 업데이트가 잘되지 않아 시스템에서 제공되는 정보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취재한 24일 기준으로 ‘정보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업체는 모두 349곳으로 처음 시작된 575개 비해 39%인 226곳이 빠진 상태다.
강릉시 관계자는 이에 대한 전화 통화에서 “정보공개 시스템 참여율이 처음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바가지 요금 단속을 위한 TF팀 구성도 된 만큼 이번 달 말까지 나머지 업소들도 참여를 설득해 나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강릉시 "소치올림픽 평균 가격과 비슷하다"고 강조했지만 인위적인 가격 때문
강릉시가 ‘공실정보안내시스템’을 오픈하면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등록된 숙박업소들의 공개된 숙박요금은 객실 타입별로 최고가 기준 평균 요금은 24만8000원이었으며, 최저가 기준 평균요금은 16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는 2014년 소치올림픽 더블룸 평균 요금 25만8000원과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숙박요금이 소치올림픽 때와 비슷하다는 강릉시의 발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했다. 강릉시는 지역 내 숙박업소들에게 숙박요금 책정 협조 요청을 하면서 그 기준을 소치올림픽 평균 요금인 25만원으로 정한 뒤, 일일 숙박요금이 30만원을 넘지 않도록 당부했다. 그 후속 조치로 ‘공실정보안내시스템‘에 등록된 업소가 50만원 이상 요금을 책정했을 경우 ’시스템에서 배제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숙박업소들은 이런 강릉시의 요구에 맞추어 '공실안내시스템'에 숙박요금을 입력했고, 그 결과는 강릉시가 원하던 금액과 같을 수 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강릉시의 숙박업소들에 대한 ’배제‘ 엄포(?)는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은 현실에서 전혀 먹혀들지 않았고 업주들은 스스로 배제 당하는(?) 길을 택했다. 이것이 결국 시스템 운영 실패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공실안내시스템'에 등록된 업소들 중 숙박 여건이 좋은 업소들을 중심으로 점차 시스템에서 탈퇴 하는 곳이 늘어났고, 특히 신축 건물이나 대규모로 시설이 좋은 업소들은 궂이 市가 운영하는 ’공실정보안내시스템‘에 가입하지 않아도 예약 문의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시스템에서 빼줬으면 하는 분위기로 흘렀던 것.
한 숙박업소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강릉시의 당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눈치보며 시스템에 가입되어 있지만 찾아오는 손님이 많은 상황에서 궂이 가격 통제를 받고 싶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속 내를 밝히기도 했다.
◆ 일부 지역 업소들 단체로 '예약거부'하는 담합 현상도 확인 돼
24일 취재 결과 강릉 교동택지를 중심으로 강릉 시내권은 비교적 시설 여건이 좋은 호텔과 모텔들 대부분은 이미 지난해 말과 올 7-8월 경 외국인을 대상으로 예약이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교동택지의 한 호텔 관계자는 ”우리는 1년전에 이미 예약이 다 끝났지만 시 정책 때문에 그동안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고, 예약 숙박금액에 대해서는 ”30~40만원 선”이라고 짧게 답해 금액이 알려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 듯 했다. 또 ’하루 40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예약기 가능하겠냐‘는 질문에는 제시한 금액에 놀라지도 않았으며 “그 정도면 가능 할 것이다”고 답해 하루 40만원의 숙박요금이 특별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나 시설이 다소 낙후된 숙박업소들은 아직 여유가 있는 편으로 확인 됐으며, 업소 여건에 따라 24일 기준, 2인 1실 기준 1박에 15만원~30만원으로 형성 돼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예약이 다 차지 않은 업소들이라고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쉽게 예약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펜션을 비롯한 숙박업소들도은 예약을 미루면서 동계올림픽 기간인 17일을 모두 사용하는 단체 손님을 기다리며 가족단위 손님이나 며칠간 사용하는 경우에는 받지 않는 곳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직접 방문한 경포호수 인근 한 펜션 주인은 ’올림픽 기간 예약 문의‘를 하자 “4인 1실 기준으로 28만원이인데 주변에는 70만원 받는 곳도 있다”며 자신이 숙박요금을 저렴하게 받는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 묵을 것이냐”는 질문에 ’3일 정도 필요하다‘고 답하자 “우리는 단기 손님은 받지 않고 17일간 묵을 단체손님만 받는다”며 예약을 거절했다.
강릉 시내권을 조금 벗어난 주문진 지역 일부 숙박업소들은 동계올림픽 예약을 아예 받지 않는 곳이 많아 요금 담합이 의심됐다.
24일 이 지역 10여 곳의 숙박업소에 전화를 걸어 올림픽 기간 중 예약을 문의 했으나 그 중 8곳이 “아직 숙박요금이 내려오지 않아 예약을 받을 수 없다”는 똑같은 답을했다.
기자가 ’어디서 결정돼 내려오는 것인데 아직 안받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으며, ’대략적인 예상 금액에 대해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정확한 건 나와봐야 알겠지만 40만원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업소는 가격 결정 시기를 묻자 “12월 경... 올 해 안에는 되겠지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들 업소들은 동계올림픽이 다가 올수록 방값은 비싸진다는 점을 노려 예약을 거절하며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업소 중에는 강릉시가 운영하고 있는 ’공실정보안내시스템‘에 등록된 업소도 있어 놀라움은 한층 더했다.
◆ 극성부린 '불법 아파트렌탈'은 뒷짐, 지역 숙박업소는 강력 단속에 형평성 논란
동계올림픽 기간 중 극성을 부리는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동주거지역인 ’아파트 불법렌탈 행위‘다. 이들은 강릉 지역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하루 사용료 40-60만원까지 지급한다며 공개적으로 홍보하며 아파트를 통째로 빌리는 계약을 했다. 특히 이 업체들은 강릉시 담당 부서와 협조요청 논의까지 하며 공개적으로 렌탈사업을 진행했지만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본지 2016년 11월 23일자 "동계올림픽 '아파트민박'은 합법? 市행정 오락가락" 기사 참조)
한 아파트렌탈 모집 업체는 24일 기자가 렌탈 가능여부를 묻는 질문에 “평창이냐”고 물은 뒤 ’강릉이라고 답하자‘ “그곳은 이제 더 이상 받지 않는다”고 말해 자신들이 필요한 수요는 채웠음을 시사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최명희 강릉시장은 이런 불법업체에 대해서는 어쩐일인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최 시장은 지역 숙박업소들에 대해서는 TF팀까지 꾸리며 행정력을 동원한 강제 단속까지 하겠다고 공언한 바여서 지역 숙박업소들로부터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지난 21일 경강선 KTX철도 운영계획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아파트불법 렌탈‘에 대해 묻자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확실히 움직이는 것이 없어서 시에서 파악이 된 건 없다“며 답을 피했다.
이 불법렌탈업체들에 대한 강릉시의 입장은 "계약은 했을지 몰라도 아직 렌탈이 시행된게 아니라서 불법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지금은 단속을 하기 어렵다"는 것. 즉 동계올림픽이 시작되어 봐야 불법 여부를 알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지역 숙박업소들 역시 바가지 요금을 받는지 여부를 지금 시점에서 단속하기 어렵긴 마찬가지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2018평창 동계올림픽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기승을 부리는 숙박요금을 잡기 위해 강릉시가 행정력까지 동원해 강제 단속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숙박업소 업주들 사이에서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 펜션 업주는 "도대체 바가지 요금이라는 기준을 어디에 두고 단속한다는 것이냐" 며 "강릉시가 제시한 30만원을 받으면 합법이고 40만원을 받으면 바가지고 불법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숙박업소만 일방적으로 비난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에 무게가 실린 지적도 나온다. 바가지 요금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공급보다 훨씬 수요가 훨씬 많은 특수 상황에서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한 숙박업소 관계자는 ”피서철인 한 여름 성수기 때 바가지요금도 못 잡는 판국에 그보다 수 백배 수요가 많은 올림픽에서 어떻게 숙박요금을 잡을 수 있냐“며 ”원래부터 불가능한 것인 줄 뻔히 알면서 강릉시가 언론 플레이를 위해 무리한 쇼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동계올림픽 특수를 앞두고 잡으려는 강릉시와의 피하려는 숙박업소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결론 날지는 12월 1일부터 시행되는 바가지요금 단속 TF팀의 성과에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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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대로 진실되게 전달하는 기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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