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 청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지역 현안을 부탁하려고 청탁을 받아들였다"며 권 의원의 채용청탁을 시인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최 전 사장이 검찰의 강압수사로 인해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공방을 벌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최흥집(69, 구속) 전 강원랜드 사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권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권성동 의원과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은 같은 지역(강원 강릉) 출신으로 한 때 호형호제하며 정치적으로 가깝게 지냈지만 이 날 법정에서는 달랐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최흥집 전 사장과 피고인 신분인 권성동 의원은 법정에서 '채용청탁' 유무를 두고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강원랜드 채용청탁비리 의혹 사건에서, 최 흥집 전 사장은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으로부터 청탁 명단을 직접 건네받았지만, 권 의원은 당시 강원랜드 리조트 본부장을 통해 건네 받았다고 진술했다.
최 전 사장 "2012년 말 강원랜드 1차 교육생 선발 당시 권 의원과 친분이 있는 전모 본부장으로부터 권 의원의 채용 청탁 명단 10여명의 이름을 전달받았다"며 "이 명단을 인사팀장에게 가져다주라고 한 뒤 인사팀장에게 '국회의원(청탁)이니 신경 써라'며 합격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음 해인 2013년에는 권성동 의원이 "사람 하나 안 뽑느냐"며 전 보좌관 출신의 김 모 씨 채용청탁도 직접 해 거절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권 의원 측은 그동안 이에 대해 "본부장이 권 의원의 이름을 빌어 개인 청탁을 한 것"이라며 청탁 사실을 줄곧 부인해 왔다. 그러나 이 날 최 전 사장은 당시 권 의원과 통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최 전 사장은 "권 의원과 통화하며 간접적으로 채용 의중을 물어본 적도 있다"며 "권 의원의 청탁 명단을 받고 다른 일로 통화를 하던 중 청탁 사실을 아는지 확인할 겸, '본부장을 통해 명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때 권 의원이 '잘 챙겨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사장은 권 의원의 "잘 챙겨달라"는 말을 '합격시켜달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도 진술했다.
또 "(권 의원이) 갑자기 교육생이 뭐냐고 묻길래 설명을 드렸더니, '아 정규직은 아니네' 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최 전 사장은 증인 심문 과정에서 '강원랜드 사장으로 재직 당시 권 의원의 채용청탁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현안 문제에 대해 도움을 많이 주기도 하고 앞으로 회사나 지역사회 현안이 있을때 부탁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청탁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을 통해 해결한 구체적인 현안들도 설명했다. 최 전 사장은 "채용 비리가 있던 2012년~2013년까지 카지노 증설이나 워터파크 건설 같은 구체적인 현안들을 권 의원을 통해 해결 할 수 있었다"며 "현안이 있으면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한달에 몇차례씩 국회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지역구에 있는 9명의 의원 중 권 의원의 영향력이 가장 세고 자신과 같은 동향이어서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증언했다. 최흥집 전 사장은 이날, 앞선 춘천지검 수사 당시에는 입을 다물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최 전 사장은 "청탁 당사자들이 현직에 있어서 입을 열 경우 누가 될 것 같아 말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당시)강원랜드 대표로서 제가 다 안고(책임지고)가려고 했지만, 이후 정치·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사회적) 관심이 많아졌다"며 "사실대로 얘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강원랜드 채용비리 특별수사단' 조사 과정에선 자세히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권 의원 측은 청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권 의원 변호인은 최 전 사장의 집이 경매 중이고, 귀 질환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수시로 검찰에 불려갔다며 강압 수사 의혹을 제기했고, 특히 최 전 사장의 증언에는 검찰 출신인 권 의원이 직접 나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권 의원은 "최 전 사장의 증언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반박하고, 이어 '채용 청탁을 전화로 얘기했다'면서 왜 결과는 직접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또 '기억이 안 난다'고 일관하는 최 전 사장에게 "이렇게 하면 위증 문제에 걸린다"며 추궁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 시작된 재판은 권 의원 측 반대심문이 길어지면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강원 강릉이 지역구인 권 의원은 2012년 11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된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에 지인 자녀 등 11명을 선발해달라고 부정 청탁한 혐의를 받고있다. 권 의원은 또 지난 2013년 11월 자신의 비서관이던 김모 씨를 채용하도록 강원랜드 경영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고교 동창이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권 의원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8일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