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시 강동면 안인2리 마을주민들이, 이장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주민투표 결과와 당선자에게 전달한 당선증   © 주민제공

강원 강릉시의 '이장 후보 추천 조례'가 주민들 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해 보완이 시금하다는 지적이다.

강릉시(시장 김한근) 이장 임명 조례에는, 마을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이장 추천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주민투표 절차를 거쳐 선출된 후보와 개별 추천된 후보가 동시에 행정기관에게 임명을 요구하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강릉시 강동면 안인2리 마을 주민들은 임시총회를 통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12월말로 2년 임기가 종료되는 이장직 선출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다.

마을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20일, 코로나19 방역을 고려, 야외 게이트볼 경기장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이날 투표에는 과반수가 넘는 주민 105명이 참석해 A씨가 신임 이장 후보자로 당선됐다.

이날 선거에는 200여만원이 비용으로 지출됐다. 선관위는 당일 A씨에게 당선증을 교부한 뒤, 다음날 주민투표 결과를 면사무소에 전달했다. 하지만 면장 B씨는 임명장 발급을 거부했다. 추천 후보가 2명이라는 이유에서다. 주민과 갈등으로 주민투표에 후보 등록하지 않았던 기존 이장 C씨가 개별적으로 주민 추천장을 받아 면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면장은 "두 사람을 상대로 주민들이 다시 투표를 하라"고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주민들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선출된 이장 후보를 면장이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강릉시 리·통·반의 설치 및 운영 조례」  제3조(임명)에는, 관할 구역의 세대수 10분의 1이상(세대별 만19세 이상 1인 한정) 또는 주민총회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라고 규정돼 있다.
 
즉 위 사례처럼 마을 총회의 투표 결과에 따른 후보와, 이를 건너뛰어 개별적으로 추천서를 받은 후보가 동시에 면장에게 이장 임명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문제는 해당 조례가 주민투표 절차 자체를 무력화 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또 개별적으로 추천을 받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여러 후보에게 중복 투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부정선거 논란도 존재한다.

한 주민은 "추운 날씨속에서도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선거비용도 200만 원이 정도 썼는데, 그걸 무시하고 개별 접수한 사람을 상대로 재투표를 하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주민투표가 무시되면 앞으로 주민 의사결정은 어떤식으로 할건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마을은 이장직이 공석인 상태다. 강릉시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보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해당 마을 면장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한편 춘천시와 원주시는 마을총회를 통해서만 이장 후보를 추천 하도록 규정돼 있다. 임기는 춘천시만 3차례만 연임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