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강릉간 환경영향평가, 부실덩어리
지난 5일 강릉시청에서 원주-강릉간 복선철도 건설과 관련된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시설공단)의 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마련됐다. 이 지역주민 300명 정도가 참석해 경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발표내용을 담은 자료조차도 배포하지 않은 채, 동사무소에 두께 7cm, 1천쪽 분량의 보고서를 비치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철도공사의 입장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 보고서를 살펴보면 수많은 숫자와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용어들로 작성되어 있다. 전문가인 나조차도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게 되어있는데 주민들이 무슨 수로 이와 같은 전문자료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시설공단이 충분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사전에 제공하지 않고 이날 공청회를 개최했다는 것은 공청회를 일련의 요식행위로 통과 시킬 의도가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공청회의 가장 큰 문제는 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된데 있다. 철도노선이 변경되면서 터널을 많이 뚫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고, 지하에 터널이 만들어지면서 지하수에 영향을 심하게 주게 될 여지가 분명함에도 이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더불어, 현재 10공구 즉 대관령 터널 구간은 공사중으로 약22km에 이르는 긴 터널이다. 이 터널은 성산지역의 지하수 흐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데, 환경영향평가서가 입수되면 분석할 계획이지만 발표 내용으로 미루어 지하수 영향 평가가 제대로 안된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지금 이 상태로 공사가 계속 진행될 경우, 지하수의 고갈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향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발생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에서 터널이 지하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는 지하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 주민들이 지하수를 이용하는 수량 등에 분석자료가 없기 때문에 피해의 규모를 산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 이번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수록된 과업수행자 명단을 살펴보면 어류전문가인 교수 1명이 3일 동안 9개 하천에 대하여 어류조사를 했다고 되어 있다. 대학원생들 또는 공동연구원들이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보고서에는 한사람이 조사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3일 동안 9개 하천에 대한 어류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수리 수문 전문가가 보고서 작성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지하수영향 평가, 교각이 홍수에 미치는 영향평가, 흙탕물 저감을 위한 침사지 설계 등 수리수문관련 평가는 형식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환경영향평가에서 터널이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여 진다. 이럴 경우 공사 후 지하수고갈 문제가 발생하면 철도시설관리공단은 터널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서 시설공단이 새롭게 분석한 내용을 꼼꼼히 살펴서 주민들의 식수원을 보호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논평정리 : 하이강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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