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숙박업소 '텅텅'...기다리던 중국인은 오지않았다

올림픽 특수 기대는 환상으로 끝나

김남권 | 기사입력 2018/02/24 [12:24]

강릉 숙박업소 '텅텅'...기다리던 중국인은 오지않았다

올림픽 특수 기대는 환상으로 끝나

김남권 | 입력 : 2018/02/24 [12:24]
▲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빙상경기가 열리는 강릉올림픽파크 내 전경     © 김남권


 

평창동계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2월 올림픽 주 무대인 강원도 평창군과 강릉시는 음식·숙박업의 바가지 요금 논란으로 한때 단체장까지 나서 '바가지 요금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23일 평창과 강릉 지역 숙박업소들의 이용률이 예상보다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숙박업주들 사이에서는 '대량 공실 사태'가 현실화됐다는 푸념과 일부에서는 자조 섞인 반성도 나오고 있다.

 

"방 하나에 5만~6만원 불러 공실 채우기 바빠"

"솔직히 동계올림픽이라서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올림픽이 다 끝나가는 지금 보면 방이 제대로 나간 날이 드물다. 오히려 올림픽 기간 전에는 80% 정도 찼는데,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50%도 채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어제는 숙박료를 5만~6만원까지 낮춰 받아서 겨우 손님을 받았을 정도다."

빙상경기가 열리는 강릉시 포남동에서 중급 규모의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A씨(55)의 자조 섞인 한탄이다. A씨는 이 지역에서 36개의 방이 있는 꽤 큰 규모의 모텔을 10년이 넘게 해 왔지만 지금처럼 손님이 적은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A씨는 "올림픽 기간 동안 하루 평균 겨우 15~20개 정도로, 50% 이상 찼던 날이 없다. 언론에서는 바가지 요금이라고 난리가 났지만 요즘 강릉 지역에는 우리처럼 5만~6만원 부르는 곳이 많다"면서 "아직까지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1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곳도 있지만 한 명이라도 더 받으려면 싸게 부르는 게 낫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강릉시는 언론에다 숙박업소 운용률이 75%라고 했는데, 완전히 탁상공론이고 50% 이하라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근거나 제대로 파악하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커피거리가 있는 강릉 안목항 인근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에서 작은 규모의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올림픽이라고 특별히 손님이 더 오고 그러는 것은 잘 못 느끼겠다"며 "평상시 수준이고 나 역시 어제 6만원 불러서 겨우 방 몇 개 채웠다"고 말했다.

B씨는 "시내에는 12만원을 불러서 이쪽으로 왔다"고 어제 투숙한 손님이 전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숙박업소들은 남은 경기 동안 손님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안목 커피거리는 KTX개통으로 평일이나 주말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2~3배 많아지기는 했지만 모두들 당일치기라는 게 숙박업주들의 말이다.

 

▲ 23일 강릉올림픽파크 인근 셔틀버스 정차장에 관광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 김남권

 

올림픽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21일 평창과 강릉 지역 숙박업소는 물론, 지역 상경기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썰렁하다 못해 매서운 날씨만큼 을씨년스럽다.

이번 동계올림픽으로 그나마 혜택(?)을 본 지역이라면 평창의 경우 경기장과 메인프레스센터, 선수촌 등이 몰려 있는 대관령면 인근 정도이다. 강릉은 빙상경기 시설이 모여 있는 강릉올림픽파크와 미디어촌과 선수촌이 모여 있는 유천택지 인근 숙박업소와 식당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강릉의 경우 유천택지나 교동택지에 있는 좋은 여건의 호텔이나 모텔의 경우 대부분 올림픽 몇 개월 전부터 이미 고가에 예약이 모든 끝난 곳이 많았다.

평창군 "대관령면만 조금 복잡하지 나머지는 썰렁한 건 사실"

평창군 관계자는 2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동계올림픽이라고 해봐야 평창군은 대관령면 인근에만 사람이 좀 모이고 인근 지역인 대화나 용평, 진부 이쪽은 거의 올림픽 분위기를 못 느끼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지역은 강릉과는 달리 모든 경기가 외부에서 하는 설상 경기라서 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릉시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강릉시 관계자는 21일 전화 통화에서 "숙박업소들의 공실률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시 차원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사실 숙박업소들의 대량공실 문제는 올림픽 시작 전에도 예견됐다. 숙박업소 스스로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일부 숙박업소들은 개인이나 단기 예약 손님은 예약을 받지 않거나 숙박 가격까지 담합하기도 했다.

이에 강릉시가 지난해 10월 "바가지 요금을 잡겠다"며 관내 숙박시설 공실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공실정보 안내시스템'을 개설했지만 한 달여 만에 참여 업체 중 40% 가까이가 탈퇴하면서 '무용지물'이 되기도 했다.

올림픽 불경기는 비단 숙박업소뿐이 아니었다. 경기장 인근 식당가를 제외하고는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곳도 많았다.

불경기 원인으로 지역 내에서는 '차량2부제'를 지목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관광객이 계절적 여건 때문에 여러 곳을 다니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내 유동 인구가 거의 절반으로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차량2부제는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을 포함해 강릉 시내권에 진입하는 모든 차에 적용되며 홀수 날과 짝수 날을 구분해 차량 끝번호가 같은 날만 운행이 허가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CCTV 단속을 통해 과태료가 부과된다. 차량을 이용한 강릉 관광객의 경우 톨게이트 통과 후 시 외곽인 북강릉 인근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시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셔틀버스는 주차장에서 경기장이 있는 강릉올림픽파크만 왕복한다. 만약 다른 곳에 가려면 시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거나 렌터카 택시 등 대중 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특히 시티투어는 강릉 주요 관광지만을 왕복해 동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강릉 시내 곳곳은 평상시에 비해 조직위와 강원도, 강릉시가 각각 운영하는 대형 관광버스들로 가득 찼지만, 개인 승용 차량은 물론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 그러자 지역 내에서는 차량2부제를 해제해야 된다는 요구도 나온다.

강릉시 "차량2부제는 올림픽 조직위 소관, 유치 당시 조건"

그러나 강릉시 입장은 "차량2부제는 강릉시는 실무만 담당할 뿐 모든 권한은 조직위가 가지고 있다, 강릉시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차량 2부제를 마치 강릉시장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는 실무적인 선에서 움직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제출하는 비드 파일에서 경기 지역인 강릉과 평창에서 선수들이 경기장 도착시간과 출발시간 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로 약속한 부분이라서 풀고 안 풀고는 전적으로 IOC의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강릉시는 "차량2부제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라고 보고 있다.

 

▲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빙상경기가 열리는 강릉시 안목커피거리 해변에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있다.     © 김남권

 

강릉시 "지역 숙박업소 공실률이 높은 건 중국 관광객 유치 실패 때문"

조직위나 강릉시는 당초 중국관광객들이 대거 몰려 올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숙박난을 우려해 자원봉사자 등 대회 관계자들은 인근 속초나 양양 등지에 숙소를 정해 관광버스로 출퇴근을 시켰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21일 강릉시 관계자는 "생각보다 관광객들이 적은 것은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중국 쪽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은 것"을 첫 번째로 꼽았다. 당초 조직위도 "중국 관광객이 대거 몰려올 것을 고려해 평창과 강릉지역 관내 숙박업소를 가용률을 계산했지만 실제로 중국정부의 규제가 풀리지 않아서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를 예상했고, 실제 방문자는 어느 정도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조직위가 비공개로 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광객 감소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지난해 12월 개통한 경강선 KTX열차가 꼽힌다. 과도한 숙박료 우려로 관광객들이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

강릉시 관계자 역시 "KTX로 인해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들마저 비싸다는 소문을 우려해 굳이 강릉에서 숙박을 하지 않고 경기를 관람한 후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서울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릉시에 따르면, 올림픽 동안 안목커피거리를 포함한 강릉 주요 관광지를 왕복하는 셔틀버스 8대의 이용 인원은 1일 평균 1500명이 넘는다. 또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올림픽 시작부터 경강선 KTX 열차 역시 총 좌석수 410명의 좌석이 대부분 만석으로 운행됐다. 그러나 이들은 숙박을 하지 않는 당일치기 손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분석이다.

이렇듯 숙박업소를 중심으로 지역 내 불경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자 강릉시도 마지막 상경기 불씨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다.

강릉 방문객은 많은데 숙박업소 이용하지 않고 당일치기로

강릉시는 지난 21일 "올림픽을 제대로 즐기려면 강릉에서 1박 하세요"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강릉의 숙박시설 가용객실 대비 운용률이 1월 하반기 57%에서 2월초 기준 75%로 숙소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는 또 "강릉 숙박업소 요금이 최고가 평균요금 16만 6천원(최저가 평균요금 11만 9천원)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말하고, 이어 당일치기 손님들을 의식해 "편리한 교통체계로 당일치기 관람이 가능하지만 경기 일정 소화하기에 급급하니, 요금이 안정화된 숙소를 확보하여 다양한 축제행사를 관람하고 올림픽도시로 변신한 강릉을 음미하면서 여유 있는 힐링의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강릉시는 오는 3월 9일부터 시작되는 패럴림픽 기간 동안만이라도 올림픽 특수를 살려 보자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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