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황운하 제5화. 북창동의 언터처블

제5화 북창동의 언터처블

서형작가 | 기사입력 2018/05/10 [11:44]

풍운아 황운하 제5화. 북창동의 언터처블

제5화 북창동의 언터처블

서형작가 | 입력 : 2018/05/10 [11:44]

 

 

2010년 2월 10일, 112신고가 들어왔다.

불법 오락 신고자를 오락실 사장이 찾아내 폭행한 보복범죄 사건이었다. 오락실 사장이 신고자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오락실 사장에게 뇌물을 받은 경찰관이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컸다. 서울청장 조현오는 황운하에게 유착 경찰관 색출을 지시했다. 오락실 사장은 이미 휴대전화도 지니지 않은 채 잠적했다.

 

잠적한 용의자를 휴대전화 추적이 아닌 방법으로 하루 이틀 내에 찾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든 용의자를 붙잡았다 해도 자백을 받아내는 일도 문제였다. 자백을 받으면 해당 경찰관에게 또 자백을 받아야 했다.

 

집요한 수사 끝에 오락실 사장을 검거했고, 자백도 받았다. 그 결과 형사과장 황운하는 2010년 2월 25일 그 사장과 유착관계였던 강남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 네 명을 구속, 한 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2월에는 서초경찰서가 한 가출 여학생을 찾고 있었다. 통화기록 조회로 위치 추적이 가능했다. 여학생은 한 유흥업소에 있었다. 여학생은 업소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업소 장부를 압수하고 종업원 조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업소 주인은 바지사장이고 실소유주는 이경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경백은 미성년자 성매매를 강요한 업소 실소유주로 긴급체포됐다.

 

이렇게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 일정한 장소에 인치하여 단기간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게 체포 제도다.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이 긴급체포를 하면 검사에게 사후승인을 받게 돼 있다.


미성년 성매매 문제로 사안이 심각했으나 검찰 기각으로 이경백은 풀려난다. 이 소식이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보고됐다. 황운하는 서울청 기자실에서 검찰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성매매 사건은 생활안전과 담당이다. 하지만, 조현오는 황운하를 부른다. 황운하는 다시 폭력계 팀과 이 사건을 의논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미 이경백을 잘 알고 있었다. 2008년 자신을 수사하려던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박살 낸 인물로 알려졌다. 당시 특수수사과에 발령받은 한 직원은 6명이어야 할 팀원이 2명뿐인 이유가 궁금했다. 확인하니 세 명은 이경백 때문에 날아갔고 나머지 한 명은 스트레스를 받아 병가 중이라고 했다.

 

이처럼 이경백을 잡으려면 완전히 벗겨야 했다. 어설프게 접근하면 다치는 쪽은 경찰이었다. 꼼꼼하게 수사해야 검찰도 구속영장 청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황운하는 수사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이경백은 업소마다 바지사장을 내세웠다. 자기 이름으로 된 재산이 없었다. 수익은 추적할 수 없도록 세탁했다. 서초경찰서가 압수한 자료 중에는 업소 장부가 있었다. 일부 업소와 최근 3년 동안 매상이 적힌 장부였다. 수사팀은 이 장부가 신빙성 있는지 입증해야 했다. 73개 계좌에 흩어진 자금을 추적하는 일이다. 빼돌린 세금까지 찾으려면 국세청 직원 도움이 필요했다. 처음 수사를 시작했던 서초경찰서 팀과 서울청 팀까지 수사팀 합류 인원은 18명이었다.


이경백은 자신은 실소유주가 아니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수사 막바지에 이경백은 황운하와 면담했다. 황운하가 카드를 내밀었다.

 

“비호세력 몇 명 불어라. 그럼 혐의 몇 개는 빼주겠다. 그거 안 하면 끝까지 죽는다. 내가 경찰에 있는 한 죽는다.”

“제가 평생 모시겠습니다. 퇴직 후에도 진짜 책임지겠습니다.”

“너하고 다른 할 말 없다. 너 혹시 나중에 빽 써서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경찰에 있는 동안 끝까지 쫓아다닐 거다. 내가 경찰을 그만둬도 내 후배들이 계속 경찰에 있을 거다. 네가 죄지은 만큼 응징을 받아라.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은 뇌물 바친 공무원을 부는 것밖에 없다.”

 

이경백 표정에는 구속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경찰은 3년 매장 장부에서 42억 세금탈루액을 특정했다. 한 해에 14억씩 빼돌린 셈이다. 한 해 10억 원 이상 탈세는 10년형도 가능하다. 경찰은 이경백을 특별경제가중처벌법 조세법위반, 성매매알선, 전자금융거래법, 청소년 보호법, 범죄수익은닉 등으로 영장을 청구했다.

 

이경백은 2010년 6월 24일 구속된다. 그날 수사팀은 노래방을 갔다. 황운하는 김정호 노래를 골랐다.

예상대로 검찰은 경찰 수사 내용 전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성매매업소에 온 여성이 청소년인 줄 몰랐다는 이경백 주장을 수용했다. 그리고 경찰이 특정한 세금탈루액 42억 원 중 21억 원만 기소했다. 한 해에 7억 원씩 빼돌린 셈인데, 10억 원 미만은 보석 가능성이 커진다. 검찰은 이경백을 오직 세금누락과 성매매알선, 청소년보호법 위반 세 가지만 기소했다.

 

이경백을 구속하자 두 번째 수사가 기다렸다. 경찰은 이미 이경백 휴대전화 통화기록 조회 영장을 모두 받았다. 당시 이경백은 대포폰을 사용했다. 먼저 이경백이 사용하는 대포폰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경찰은 이경백 대포폰을 찾아냈고 그 휴대전화로 지난 1년 동안 경찰관 69명과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공직자는 업주와 어떻게 엮이는가? 처음에는 커피 한 잔부터 시작한다. 그다음에는 간단한 식사, 그다음 저녁에는 소주 한 잔, 그러다가 노래방을 간다. 한 사람이 포섭되면 그 직원은 자신과 친한 직원을 데리고 온다.

이경백은 특히 한 번이라도 만났던 공무원은 절대 놓치지 않았다. 그가 운영하는 수십 개 업소가 인맥 형성을 뒷받침했다. 이경백은 이미 1997년 북창동에서 호객꾼 노릇을 할 때 파출소 직원을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인맥을 유지했을 테다.

 

 

당시 서울청장 조현오는 업주 관계자와 공무 외에 전화 한 통, 물 한 잔도 말 것을 지시했다. 자진 신고기간을 주기도 했다. 지시를 어긴 직원은 숙청하듯이 날려버렸다. 이경백과 통화한 명단은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실로 전달됐다.

“수사 강도가 하도 쎄서 자기 새끼들 다 죽이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 이를 지켜본 한 경찰관의 회상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유흥업소 업주와 접촉금지' 지시 위반으로 40명을 징계했고 이 가운데 6명을 구속했다.

 

예상대로 이경백은 구속 3개월 만인 9월 7일 보석으로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조현오는 경찰청장이 된다. 경찰청장이 되면 대외적으로 조직에 대해 입장표명을 해야 했다. 바로 수사권이다. 당시 국회 사법개혁소위원회가 구성돼 검찰 개혁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국회를 중심으로 장이 마련된 만큼 경찰은 자기 조직 견해를 밝혀야 했다.

 

조현오는 호전적으로 알려졌다. 명분 있는 싸움은 애써 피하지 않았다. 취임 초기 수사구조개혁팀을 수사구조개혁단으로 격상한 데서도 이런 기질이 엿보인다. 이전부터 개혁팀을 경무관이 책임자로 있는 개혁단으로 격상하자는 제안은 있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면 검찰과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당시 주변에서는 조현오가 황운하를 경무관으로 승진시켜 이 자리에 앉히려 한다고 봤다. 실제 그해 조현오는 경무관 승진인사에 황운하를 포함했다. 하지만,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 권재진이 반발했다. 황운하가 서울서장 경험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조현오는 바로 황운하를 송파서장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음 인사에서 황운하를 경무관으로 승진시켰다.

 

그동안 형사소송법 개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조현오는 전국지휘관회의에서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검찰에 타격도 입혔다. 2011년 말 경찰청에 범죄정보과와 지능범죄수사대가 설치됐다. 경찰청 내 신설 조직은 이런 의미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사기능을 행하는 곳은 검찰과 경찰이다. 비록 경찰이 검찰 수사지휘를 받지만 경찰 특수수사기능이나 범죄정보 기능이 살아 있으면 검찰 부패비리를 견제할 수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고위공무원 비리, 경제사범과 같은 대형 사건을 인지해 직접 수사한다. 범죄정보과 역시 검사 등 비리 공직자 범죄 정보를 캐내고자 만든 기구다. 검찰에는 중수부와 범죄정보과가 이런 기능을 했다.

 

조현오가 경찰청장이 되면서 만든 새로운 기능 중에 수사기획관이 있었다. 경찰청 지능수사대와 범죄정보과 등을 지휘하면서 수사국이 맡는 중요 사건에 대해 수사 업무를 챙기는 자리였다. 당시 대검찰청도 중수부장이 수사기획관을 거느렸다. 수사기획관이라는 보직은 그 자리가 주는 무게감과 중요성으로 경무관으로 승진한 사람이 바로 오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조현오는 바로 황운하를 수사기획관으로 내정했다.

 

“황운하는 수사경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 세워라. 일상적인 업무 하지 마라.”

황운하도 경찰 존재감과 자존심을 드러낼 수 있는 이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조현오 청장이 바로 태도를 바꾼다. 예상치 못한 일이 전국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황 기획관은 무슨 이런 계획을 세우는 거 하지 말고 지능수사대, 특수수사과, 범죄정보과 끌고 디도스 수사를 해라.”

 

‘디도스 사건’은 2011년 10월 26일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 홈페이지가 사이버테러를 당한 사건이다. 사건 당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수사에 들어갔다. <나꼼수>는 10월 29일 26회 방송에서 이 내용을 짚었다. 선관위 홈페이지 전체가 마비된 것이 아니라 일부 메뉴만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바탕으로 단순 사이버테러가 아니라 선관위 내부자 공모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경찰은 12월 1일 디도스 공격을 저지른 강 씨와 일당 3명, 이를 지시한 공현민을 검거했다. 공현민은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 최구식을 보좌하는 수행비서관이었다. 경찰은 2011년 12월 6일 국회의장인 박희태를 모신 전 비서 김태경을 소환한다. 공현민과 김태경은 분명히 사건 발생 전 후로 돈거래가 있었다. 김태경은 사건 관련성을 모두 부인했다. 공모 증거 또한 없었다.

 

이쯤이면 누구나 예상하는 앞날이 보이기 시작한다.

 

 

선거 부정 관련 사건은 여야가 날카롭게 맞설 수밖에 없고 언론도 중요하게 다뤘다. 만약 경찰 수사 결과가 각종 의혹을 잠재울 만큼 명확하지 않으면 야당은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요구한다. 게다가 경찰과 검찰이 ‘수사권 조정’을 놓고 어느 때보다 예민할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경찰 수사 허점을 놓칠 리 없었다.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당시 조현오 청장이 배후에 대한 여지를 열어두자고 설득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누구를 감싼다는 인상을 주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사 결과라면 진실 여부를 떠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경찰은 피의자 구속 열흘 안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이를 내세워 수사에 시간제한이 있었던 점을 상기하거나 미흡한 부분은 검찰 수사에 넘기는 방법으로 폭풍을 피할 수도 있다.

 

수사결과가 일반인들이 믿고 싶어 하는 방향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황운하는 왜 당당하게 경찰 수사결과를 드러내지 못하느냐는 생각이 깔려 있다. 황운하는 단호했다.

 

"열어둘 여지가 없습니다.“

"황 기획관이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단정적으로 하셔도 좋습니다. 배후 없습니다.“

 

황운하는 세간 여론에 휩쓸리기 보다는 수사경찰로서 자존심과 당당함이 중요했다. 그리고 12월 9일 디도스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 씨 단독범행이며 우발적인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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