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이니까 아프지 않다

기자칼럼

박서연 | 기사입력 2012/11/28 [10:24]

▶남의 일이니까 아프지 않다

기자칼럼

박서연 | 입력 : 2012/11/28 [10:24]
두산동 연탄공장 부지 바로 옆에는 대주식품이라는 강릉시를 비롯 5개시, 5개군, 5백여곳의 급식을 공급하고 있는 식품공장이 있다. 일반인들은 흔하게 “닭 공장” 이라고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haccp 인증을 받은 흔하지 않은 공장이다.

이곳 사장은 40대의 젊은 분으로 10년 전 아내와 몇 안되는 직원으로 시작해 이제는 직원 25명을 둔 강원도에서도 손안에 꼽힐 정도로 깨끗한 식품안전인증 공장이다. 그런 그에게 연탄공장 유치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관계 기관마다 쫒아가고 법률가 자문도 받아보기를 수차례, 전국에 시설이 잘되어 있다는 연탄공장을 두루 찾아 발 빠르게 살펴보았지만 젊은 사장은 갈수록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깨끗하고 제 아무리 친환경적이라고 해도 연탄공장은 말 그대로 연탄공장일 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 사장은 잠을 잘 수도 물을 먹을 수도 없이 목이 마르고 가슴이 저려왔다. 이제 이 사업을 그만 두면 처음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 가족처럼 지내 온 25명의 직원들과 그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없이 생각하고 머리를 써 봐도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전국을 다니면서 발품을 팔아 손으로 익히고 머리로 하나 둘 배워온 그래서 겨우 haccp 인증을 받아냈고 지켜내기 위해 또 하루하루를 가슴 졸이며 살았는데 그것마저도 끝 일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연탄공장 유치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한 번의 실수란 있을 수 없다. 100번 잘해도 단한번의 실수로 급식업체 모두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무슨 이유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연탄공장을 식품공장 바로 옆에, 그것도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허가를 내어 줄 수 있는지 누구인가 붙들고 답변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허가를 내준 어느 곳도 이런 상황을 설명하거나 답변해주지 않는다. 그는 애가 타고 숨이 막힐 것 같은데 남들은 그저 남의 이야기처럼 아무렇게나 떠들어댄다. 차라리 꿈이길 바라도 보지만 현실은 법이란 명칭으로 너무 가혹하기만하다.

가끔 별일 없이 만나주던 시장도 면담조차 거부한 채 볼 수가 없고 환경오염 관련 주민공청회 과정 한번 없이 연탄공장 허가를 내준 건축과장은 공업단지에 공장허가를 내준 것이 무슨 문제냐며 아직도 물불을 구분하지 못하고 설쳐댄다.

이제 서야 그도 알게 됐다. 남의 이야기 일 때 나는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일이 막상 나의 일이 되고 코앞에 법으로란 예기가 수없이 오갈 때가 되어서야 아무리 소리 질러도 듣지 못하는 행정이라는, 법이라는 벽 앞에 서 있는 진정 초라한 현실을 알게 됐다.

아무리 이건 잘못됐다고 소리치고 분노해도 남들은 자신의 예기가 아니라면 외면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결국 사람들은 근본도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내 눈앞에 코앞에 적시되어야만 그 일에 분노하고 아파한다.

연탄공장과 관련된 그 어떤 결과가 내려져도 지역 주민 모두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결과가 내려지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버리는 법이나 행정의 판결은 내려지지 않길 바랄뿐이다. 그가 오랜 세월 때 묻은 손으로 일궈 놓은 그의 가족들을 잃지 않고 오래 함께 하기만을 간절히 바랄뿐이다.

 
<하이강릉 박서연기자>
강릉사람 13/05/28 [01:35] 수정 삭제  
  아프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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